2차 세계대전 이후 재즈의 흐름
흔히 재즈는 흑인 음악이라고들 말하지만, 모든 문화의 속성이 새로운 것과 낡은 것들이 어떤 계기를 만날 때마다 서로 교류하고 혼합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장르를 형성하는 특징을 갖고 있는 것처럼요. 재즈도 마찬가지입니다. 재즈의 기원이 흑인들에게서 비롯된 것은 사실이지만 재즈가 발전하는 경로를 보면 백인 음악과 수많은 방법론적인 면에서 서로 교류하고 절충하고 혼용을 거치면서 새로운 형태의 재즈 장르가 나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재즈는 아프리카의 흑인 문화와 유럽의 백인 문화가 만나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재즈 뮤직에서 사용되는 악기들도 모두 클래식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죠. 초창기 뉴올리언스 재즈의 악기 구성을 보면 메인 멜로디를 연주하는 악기로는 코넷 클라리넷 트롬본 같은 것들이 있고요. 또 리듬 파티를 연주하는 악기에는 기타, 벤조, 튜바, 드럼 같은 것들이 있는데요. 이 악기들은 거의 클래식에서 사용되던 것들입니다. 색소폰도 원래는 클래식 악기로 탄생했지만, 현재는 재즈음악을 위한 악기로 더 널리 알려져 있죠. 어떤 음악은 백인 성향이 강하다고 말하고, 어떤 음악은 흑인 성향이 강하다고 말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뉴올리언스의 거주민들이 이주 역사를 통해서 백인과 흑인들이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재즈 역시 또 자연스럽게 흑백 인종의 문화가 융합되었던 것처럼 그 이후에 분화된 재즈 장르 역시 흑백의 인종과 문화가 서로 교류하고 합류해갔습니다.
백인 음악과 흑인 음악의 특징과 차이
음악에서 어떤 것이 흑인의 것이고 어떤 것이 백인의 것인지 이것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아주 어렵지만요. 여기서는 편의상 보통 범박하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구분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보통 흑인 음악의 특성은 즉흥적이고 본능적인 감각에 의존하는 데 비해서 백인 음악의 특성은 잘 정돈되고 유려한 느낌이 강하다는 점에서 절제미가 강하고 이성적이라고들 말합니다. 즉 백인 음악은 잘 기획된 음악처럼 하모니와 멜로디가 정제되어 있다고 간주하는 데 비해서 흑인 음악은 즉흥연주를 좋아하고 리듬이 강조되기 때문에 다소 거칠고 자극적이라고들 말합니다. 여기서 즉흥연주를 Improvisation이라고 하는데요. 재즈 이전의 클래식, 백인의 음악인 잘 정제되고 엄격한 형식을 갖춘 클래식과 비교해본다면 재즈의 즉흥성은 관능적이고 감각적이며 또 자유로운 음악이라는 점이 느껴집니다. 특성을 기초로 해서 재즈 장르의 분화도 구분되곤 하는데요. 먼저 초기 뉴올리언스 재즈가 흑인적인 느낌이 강한 데 비해 딕시랜드 재즈는 백인적 성향이 강하고요. 또 그 이후에 출연한 스윙 재즈가 백인적인 느낌이라면 그 뒤를 이은 비밥은 흑인적이라고 간주됩니다. 그 뒤에 나온 하드밥이 또 흑인적인 느낌이라면 동시대의 쿨 재즈는 백인적인 느낌이고요. 또 그 뒤를 이른 프리 재즈가 흑인적이라면 퓨전 재즈는 백인적인 느낌이 강하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사실 추상적이고 복잡한 재즈의 원리와 구조를 이런 식으로 구조화해서 이야기한다고 해서 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범박하게 흑인 음악과 백인 음악의 특성을 구분해보자면 이렇다는 이야기인데요. 재즈 장르가 발전하고 분화되는 과정에서 이런 성격들이 유난히 강조된 장르들을 설명할 때 일반적으로 쓰는 방식이 이런 느낌이라고들 보통 이야기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문적인 재즈 지식을 알고 접근하려면 재즈에 대한 반감이 생기거나 또 재즈가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여기서는 이해하기 쉽고 재즈에 대한 흥미를 갖기 위해서 약간 계량화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스윙 재즈 이후의 재즈의 진화 과정
1920~40년대를 풍미했던 스윙 재즈 그 이후, 그리고 45년 2차 대전이 끝난 이후에 재즈의 진화 과정이 어떤 변천 과정을 거쳤는가를 조금 살펴보려고 합니다. 1930년대만 해도 음반 판매량의 85%나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스윙 빅밴드들도 2차 대전이 끝나면서는 그 세력을 조금씩 상실해 갔습니다. 1945년 스윙 이후의 재즈는 이전과 다른 성격을 가지면서 진화하는데요. 이때부터의 재즈를 모던 재즈라고 합니다. 뉴올리언스 재즈, 딕시랜드 재즈, 스윙 재즈 이후의 모던재즈의 진화 과정은 비밥-쿨 재즈- 하드밥- 프리재즈-퓨전 재즈 순으로 보통 언급되는데요. 흑인 음악의 특징이 강조된 재즈가 먼저 탄생하고 그 이후에 백인 음악의 특징이 가미되어서 흑인과 백인의 성향이 융합된 장르가 재즈가 된 것처럼 모던 재즈의 진화 과정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시간에는 모던 재즈라고 불리는 비밥-하드밥-쿨 재즈-프리재즈-퓨전 재즈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모던 재즈의 첫 장에 위치하는 '비밥'을 이야기할 때 중요한 도시가 바로 캔자스시티예요. 1930년대 당시 엄청나게 상업화된 빅밴드의 스윙 재즈가 백인들이 춤을 추고 흑인 빅밴드의 연주가 BGM 역할을 하는 방식이었죠. 빅밴드는 대규모의 오케스트라 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함께 만나서 연주의 균형을 맞춰보고 연습하는 그런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재즈 특유의 즉흥연주에서 벗어난 것이었고요. 또 청년들이 춤을 추기 위해 연주한 것이다 보니까 자신의 개성을 살린 재즈 연주가 아니라 무언가 춤추는 사람들을 더 신나게 만들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분위기를 유도하는 음악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은 재즈 아티스트로서의 포지션이 아니라고 생각되었고요. 또 뮤지션으로서의 연주에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젊은 신세대 흑인 연주자들은 이런 빅밴드 연주 방식이 식상하다고 느꼈고요. 그래서 새로운 출구를 찾아가는 과정과 경험을 거치게 되는데요. 그때 등장한 것이 바로 비밥 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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